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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연중에 대중을 틀 잡는’ 텔레비전

‘은연중에 대중을 틀 잡는’ 텔레비전

‘은연중에 대중을 틀 잡는’ 텔레비전

텔레비전은 강력한 학습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우리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지역에 대해 배우게 되고 전혀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됩니다. 열대 지방에 있는 밀림과 극지방에 있는 만년설 그리고 높은 산과 깊은 바다로 “여행”을 떠납니다. 또한 원자들과 별들의 흥미로운 세계를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한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정치, 역사, 시사,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얻습니다. 텔레비전은 사람들의 삶에서 비극적인 순간과 행복한 순간을 포착합니다. 또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교훈을 주기도 하며 심지어 영감이 떠오르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프로그램은 건전하지도 교육적이지도 않습니다. 이에 대해 가장 맹렬한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텔레비전에서 폭력과 성을 노골적으로 빈번하게 묘사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들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3개당 거의 2개에 폭력적인 장면이 담겨 있으며 그러한 장면이 1시간에 평균 6번 정도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청소년이 성인이 될 무렵에는 극 중에서 폭력과 살인이 저질러지는 장면을 수없이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성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66퍼센트에는 성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나오며, 35퍼센트에는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러한 성행위는 대개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며 전혀 위험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됩니다. *

성과 폭력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습니다. 미국에서 제작된 액션 영화는 결국 텔레비전에서도 방영되며 그리하여 해외 시장으로 쉽게 유입됩니다. 그런 영화는 굳이 연기력이 우수하거나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아도 되며,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또한 싸우고 죽이는 장면, 특수 효과 그리고 성을 이용해서 관객들의 주의를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객들의 주의를 끌려면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관객들은 똑같은 것에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것도 시들해지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영화 제작자들은 관객의 흥미를 계속 사로잡아 두기 위해 폭력 행위의 양을 늘리고 내용을 더 노골적이고 선정적이고 가학적으로 만들어서 더욱 극단적인 충격과 자극을 주려고 합니다.

텔레비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

시청자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폭력과 성을 지속적으로 보면 어떤 영향을 받게 됩니까? 평론가들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의 폭력을 보면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실제 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해 느끼는 동정심도 약해진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성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문란한 성생활을 부추기고 도덕 표준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텔레비전 시청이 실제로 그러한 모든 반응의 원인이 됩니까? 수십 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한 열띤 논쟁이 계속되면서, 수백 건의 연구 논문과 수천 권의 책과 기사들이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 논쟁의 핵심은 원인을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에 텔레비전에 나오는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 나중에 커서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때때로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을 처음 복용했는데 몇 시간도 채 안 되어 두드러기가 났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그 약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고 결론 내리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알레르기 반응은 점진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럴 경우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특정한 약과 연관시키기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의 원인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폭력이 범죄와 반사회적인 행동을 야기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은 그러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시사합니다. 더욱이, 일부 범죄자들은 자신의 태도와 폭력적인 행동이 텔레비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영향력에 노출됩니다.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친구와 가족의 사회적 가치관, 전반적인 생활 여건, 이 모든 것 역시 공격적인 행동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관점이 있는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 심리학자는 이렇게 기술했습니다. “폭력적인 장면을 본다고 해서 폭력적인 성향이 생기거나 폭력에 무감각해진다는 과학적 증거는 전혀 없다.” 그러나 미국 심리학회 산하의 대중 매체 및 사회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견해를 표명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많이 볼수록 공격적인 태도를 더 많이 나타내고 그러한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전혀 없다.”

텔레비전의 영향에 대한 고찰

기억해야 할 점은 공격적인 장면을 볼 경우 공격적인 성향이 생겨난다는 증거가 있는지의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우리는 사진 한 장을 보고도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기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음악을 들으면서 진한 감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심지어 지면에 쓰여 있는 글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상과 음악과 말을 절묘하게 조합할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텔레비전에 사람의 마음을 끄는 큰 힘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텔레비전은 또한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한 저술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이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된 이래로 ··· 생각을 전달하는 어떤 신기술도 문명에 그처럼 큰 영향을 미친 적은 없었다.”

기업들이 해마다 광고비로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보고 듣는 것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정도로는 그러한 거액의 돈을 쓰지 않습니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쓰는 것입니다. 광고는 상품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2004년에 코카콜라 회사는 인쇄물, 라디오,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에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비로 22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그런 거액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까? 그 회사는 바로 그해에 거의 22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광고업자들은 한 번의 광고로는 행동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세뇌 교육을 하듯이 여러 해에 걸쳐 광고의 영향을 축적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30초짜리 광고가 우리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여러 시간에 걸친 텔레비전 시청 역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텔레비전—국제 역사」(Television—An International History)라는 책의 저자는 “아무리 일상적이거나 평범한 오락 프로그램이라도 대중 매체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은연중에 대중을 틀 잡는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림으로 보는 텔레비전 역사」(A Pictorial History of Television)라는 책에는 “텔레비전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 놓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따라서 우리는 ‘내가 보고 있는 내용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에게는 이 질문이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많은 프로그램은 성서에서 가르치는 고상한 원칙과 도덕 표준에 위배됩니다. 성경에서 정죄하는 생활 방식과 관습들을 받아들일 만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묘사하며 심지어 유행으로 제시하기까지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에서는 그리스도인 가치관과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 같은 사람들이 흔히 무시나 조소 또는 조롱의 대상이 됩니다. 한 저술가는 이렇게 개탄했습니다.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정상적인 것마저 비정상적인 것으로 비쳐지게 한다.” ‘은연중에 대중을 틀 잡는 역할을 하는’ 텔레비전은 “선한 것을 악하다 하고 악한 것을 선하다” 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빈번합니다.—이사야 5:20.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이 어떤 것을 보는지 유의해야 합니다. 그에 따라 우리의 생각이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성서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지혜로운 사람들과 함께 걷는 자는 지혜롭게 되지만, 미련한 자들과 관계하는 자는 해를 입는다.” (잠언 13:20) 이 점에 관해 성서학자 애덤 클라크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에는 그 사람에 대해 사랑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본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보면 그의 인품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텔레비전의 등장인물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들은 지혜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진실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다른 방법으로는 결코 그들을 집에 초대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사가 강력한 약을 처방한다면, 환자는 아마 그 약을 복용할 경우 어떤 유익과 위험이 있는지 신중하게 고려할 것입니다. 잘못된 약을 복용하거나 맞는 약이라도 과도하게 복용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 시청도 그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무엇을 보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영감을 받은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참된 것, 진지한 관심사가 되는 것, 의로운 것, 순결한 것, 사랑스러운 것, 좋은 말을 듣는 것, 덕이 되는 것, 칭찬할 만한 것을 생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빌립보 4:6-8) 우리는 이러한 조언을 따를 것입니까? 그렇게 한다면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각주]

^ 3항 미국의 통계 수치는 다른 나라의 통계 수치와 비슷하다. 미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가 세계 전역에서 방송되기 때문이다.

[5면 삽입]

“텔레비전은 참 묘한 발명품이다. 우리 집에 직접 찾아오면 집 안에 발도 못 붙이게 할 사람들이 거실에 빤히 들어와 우리를 즐겁게 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의 방송인

[5면 네모]

성서에도 성과 폭력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지 않은가?

성서에 나오는 폭력과 성에 관한 내용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성서에 언급되어 있는 그러한 내용은 즐거움이 아니라 교훈을 주기 위해 기록된 것이다. (로마 15:4) 하느님의 말씀은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하느님의 견해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통해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

상업용 광고가 방송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텔레비전에 성과 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오는 이유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광고업자들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데, 바로 성과 폭력이 시청자들의 눈을 텔레비전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사게 된다. 또한 뉴스 진행자들은 “충격적일수록 인기를 끈다”는 원칙을 적용한다. 간단히 말해서, 끔찍한 보도 즉 범죄와 재난과 전쟁에 관한 보도를 그보다 덜 자극적인 뉴스보다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이다.

성서에도 폭력적인 행동에 관한 내용이 나오지만, 성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삶을 살도록 권한다. 다시 말해,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권한다. 또한 시종일관 성도덕을 지키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많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이사야 2:2-4; 고린도 첫째 13:4-8; 에베소 4:32.

[7면 네모와 삽화]

텔레비전과 아이들

“과학계와 공중 보건계는 수십 년 동안 연구를 통해 축적된 증거를 토대로, 어린이들이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압도적인 결론을 내렸다.”—헨리 J. 카이저 가정 재단.

“미국 소아과 학회는 ‘생후 24개월 이하의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고 [우리 역시 그와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아이들은 두뇌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기초 학습 능력과 신체적·사교적 기술을 발달시키기 위해 마음껏 뛰어놀고 실생활에서 사람들과 교류할 필요가 있다.”—국립 대중 매체 및 가정 연구소.

[6, 7면 삽화]

내가 보고 있는 내용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